2019ed-2020ing

Author Avatar
Jong-Ho Jeong Jan 06, 2020

올해는 정말 말도 안될 만큼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역시나 이런저런 핑계로 블로그에 별다른 글을 적지 않았다. 예전에는 블로그에 기술적인 내용이 많았는데, 어느샌가부터 일기처럼 되어버렸다. 그래도 일년에 한번있는 연간회고는 꾸준히 작성하려한다.
올 한해 느낀게 없는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고를 쓰려니 어쩐지 막막하다. 작년 회고에서 2019년 목표 였던 “한 일을 기록하자”, "나만의 원칙을 세우자”, "좀 더 감정에 솔직하자"는 절반정도 한것 같다. 나름의 기준을 세우려고 노력했고, 스스로에게 꽤나 솔직했다고 생각하지만, 한 일들에 대해서는 거의 기록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노력하는사진
적당히 찾은 노력하는 사진

1. 개발자로서

작년에는 기술적 성장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회사라는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협업을 배우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을 익히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리고 올해는 작년에 비해 조금은 기술적으로 성장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작년과 비교해서 스스로의 기준이 평평해진건지도 모르지만 나름 만족스럽다.
기술적 성장에 대한 포인트는 일년전에 작성한 코드에 기인하는것같다. 작년에는 일년전에 작성한 코드를 봤을 때 큰 감흥이 없었다. “나름 잘 작성한”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 일년전에 작성한 코드를 보면 개선점이 많이 보인다. 이게 내가 개발자로서 성장한건지 아니면 그냥 트렌드가 바뀌면서 스타일이 바뀌었을 뿐인건지는 잘 모르겠다. 무엇이 됐던간에 약간은 보는 눈이 생겼다는 느낌 때문에 뿌듯하다. 깔끔하고 이해하기 쉬운 코드를 작성하는것 이전에 “깔끔”과 “이해하기 쉬운”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올해 계획했으나 하지못한 테스트 주도개발은 내년에는 반드시 해보고싶다.

유니콘
전설속의 동물인 TDD의 모습

2. 조직의 일원으로서

올해는 일하는 프로세스에 대격변이 있었다. 이전에는 개인 대 개인으로 빠르고 직접적으로 소통했다면, 지금은 PM을 통해 스케쥴을 조율한다. 바뀐지 몇개월되지 않았지만 이전보다는 분명 느리고 체계적이었다. 내 시간을 내가 아닌 PM이 컨트롤하는 느낌이라 오히려 여유가 생겼고, 그렇게 생긴 여유시간을 통해 평소 하고싶던 공부나 리팩토링을 했다. 그리고 개발자만 알수있던 이슈를 다른사람들이 알 수 있게되면서 그들의 싱크를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일하는 프로세스가 완전 뒤집어지면서 당연히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나는 그것에 꽤 많은 에너지를 빼앗겼다. 작은 회사에서 조금 큰 회사로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내가 속한 조직의 장점에 생각이 주로 머물렀다면 올해는 아쉬움을 토로했던 기억이 많다. 조직과 프로세스 자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정을 했다. 더 나아질 수 있을것에 대한 아쉬움이자 좀 더 좋은 조직에 속하고 싶다는 욕심이었던 것 같다. 더 깊게 조직에 속하게 될수록 예전에는 보지 않았던 부분을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아쉬움이 쌓였다. 조직의 성장과 내 성장을 조금은 일치시키고 싶었던것같다

3. 27살의 나로서

약간 이야기하기 부끄럽지만,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몇개 찾았다. 사실 찾았다기보다 결정을 지금까지 미루고 있었던 것들이다. 누군가에겐 분명 이상할테지만, 나는 좋고 싫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미숙하다. “카페가서 무슨음료먹어?” 라고 물으면 “(토피넛라떼는 맛있지만…)그냥 아무거나!” 라고 했고, 아는사람이 만취해서 전화하면 (뭔가 기분이 안좋지만) 웃으면서 그 사람의 비위를 맞춰주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지 라고 혼자 생각하곤하던, 그런것들이다. 이젠 그냥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토피넛라떼에 우유추가하고 얼음 조금만을 좋아한다. 그리고 누가 만취할때까지 술을 마시고 평소와 다른모습을 보여주는것을 너무도 싫어한다. 가까운 사람이라면 더더욱.
올해에 이런것들을 몇가지 찾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조금 쌓았다.

28
내가 이십하고도 여덟살이라니…


회사에 입사한지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2년차는 뭔가 1년이나 3년과 같은 홀수 년차에 비해 의미가 덜하다는 느낌이다. 그냥 익숙함속에 흘러가는 것 같다. 회사라는 친숙한 공간, 그곳으로 가는 출근길, 햇볕이 들어오는 4층 창문, 이름만 들어도 맛이 떠오르는 근처의 식당. 이제는 일상이라고 할 만한 감사한 행위들이 내 삶을 채웠지만, 일상에 대한 감사함의 민낯은 지루함이라는 점은 약간 아쉽다.

하지만 올해는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내년에도 그럴것이기에, 내일도 아침에 일어나 만원 지하철로 향한다는 사실이 크게 두렵지는 않다.

욕심많은 사람들이 내년 소망으로 이런 바람을 얘기한다던데…
내년에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기도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