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ed-2019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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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 Jeong Dec 27, 2018

2018ed, 2019ing

2018년의 회고를 작성하려고보니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잘 떠오르지않아서 작년재작년의 회고를 열어보았다.
재작년인 2016년은 개발자가 되기위해 발버둥치던 한해였다. 몇문장 읽지않아도 그때의 상태가 느껴진다. 글이 뾰족하고, 복잡했던 생각들을 토해내는것처럼 보인다. 불과 2년전일뿐인데 지금은 많이 둥그래진것 같다. 그리고 그쯤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때만큼은 아니라도 꾸준히 하고있다는건 뿌듯하다.

2017년의 회고는 지금보니 약간 민망하다. 생각만 하고있어도 됐을것같은 말들을 여행중 감성에 취해서 막쓴것같다. 하여튼 처음으로 개발을 통해 수입이 생겼고, 내가 "여러사람들"로 부터 많은걸 배우고 있다는걸 느낀 한해였다. 그리고 2017년 끝자락의 나는 "2018년에는 회사생활이 주를 이룰것"이라고 꽤 적절한 예측을 한것같다.

입사

다들 그렇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곤하는 첫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고르는데 크게 고민하지않았다. "대단하려고 하지말자. 어벤저스가아니야!"라고 생각하니 지금껏 공부해온것들에 나름대로 자신이 생겼고, 어떤 회사에서건 내가 어느정도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단 들어가보고, 나이건 회사이건 문제가 있다면 그 경험을 발판삼아 다른곳으로 옮기면 된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겉보기에 나쁘지않다라고 생각되는 회사에 모두 지원했고, 구직은 역시 운칠기삼임을 느끼면서 집에서 꽤 가까운 회사에 가게되었다. 몇년전에 시작한 운동이 내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것처럼, 어쩌다보니 회사도 건강와 관련된 회사에 입사했다. 신체뿐만아니라 마인드까지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가치를 좇는 회사였다. 나는 이곳에서 나름대로 재밌는 회사생활을 하고있다.

why?

내가 올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개발자가 되었나"와 "왜 이 회사를 선택했나"였다. 사실 내가 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한마디로 "재미"때문이다. 개발할 때 재미있다. 그게 사용자의 경험을 생각하는 과정이든, 기획한것을 실제로 동작하도록 구현하는것이든, 동작하지 않는 원인을 찾는 것이든, 개발은 결국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재미있다.

그리고 내가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가깝기 때문이다. 오래 생각히지 않았다. 어짜피 밖에서 알수 있는건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게 우연히 들어오게된 회사가 새로운걸 해보기 좋은 환경인것,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것, 상식이 통하는 회사라는것 정도는 순전히 운이다.

관계

약간 진부한 표현일 수 있지만, 이제 정말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회사는 지금까지 속해있던 학교라는 조직과는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랐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co-worker, 동료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가 생겼다. 친구도 가족도 아닌데 하루 왠종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공유한다. 그래도 이 사람들이 회사생활을 재밌게 하는데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것 같다. 좋은일과 힘든사람, 힘든일과 좋은사람중엔 당연히 후자이다. 그래서 나도 다른사람들에게 좋은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한다.

배움

휴학하고 집도서관집도서관을 반복하던 재작년은 정말 하루하루 새로운 기술을 배웠던것 같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는 거의 그러지 못했다. 빈 가방에 물건을 채워넣는것과, 더 많은걸 넣기위해 가방 속 물건들의 배치를 고민하는것의 차이였던것같다. 스타트업에서 라이브중인 서비스에 살을 붙이는 과정은 어떻게 만드는지보다 만드는지가 중요했고, 도전보단 안전을, 재미보단 시간을 택해야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기술적 성장의 비율이 낮은건 온전히 내 선택이었다. 감사하게도 이곳은 개인의 성장을 회사의 성장으로 여기는 좋은 회사였다. 도전하고자했다면 충분히 많이 할 수 있었고, 새로운 기술들을 많이 익혔을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나는 더 높이 쌓기보단, 쌓아온걸 좀 더 단단하게 하는걸 선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많이 배우지못했다고해서 성장하지 못한것은 아니다. 올해는 기술외의것들을 훨씬 많이 배웠다. 개발은 기술만을가지고 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나는 여러가지 경험이 모두 개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생시절에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본것, 타이포그래피를 고민해본것, 게임기획서를 작성해본것, 뿐만아니라 처음가본 낯선나라의 호스텔에서 게스트를 대하는 방법, 플랫폼을 못찾아서 기차를 놓쳐본것, 여행중 잘못내린 도시에서 우연히 멋진 풍경에 감동받은것 등등 그런 사소한것들 모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엔 별 것 아닐 수 있는 이 경험들은 내가 더 좋은 개발을 하기위해, **“더 좋은”**이라는 말의 방향을 찾는걸 도와준다.

나는 언젠가 내가만든 프로덕트에서 내가 묻어있다는 느낌을 주고싶다. 그래서 내 지식뿐만아니라 내 경험을 녹이고싶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것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2019 scaffolding

계획은 이유없이 내년부터, 다음달부터, 다음주부터 하기보단 실행가능한 가장 빠른날부터인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새해가 되어도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그저 날짜를 쓸때 취소선이 늘어날 뿐일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갑자기 바뀌지 않을걸 알면서도, 그러길 바라는 바람에서, 추상적이지만 계획을 세워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 한 일을 기록하자
내 기억력을 과신하지 말자. 잊어버리는걸 막을 순 없지만 다시기억할 트리거를 만들어놓자.

2. 나만의 원칙을 세우자
나는 적응이 빠른편이다. 호불호가 많이 없다. 참는게 아니고 정말 둘다 좋은경우가 많다. 마치 무채색같다. 그래서 좋게말해 어느곳에든 섞이기 쉽다. 나쁘게말해 내 색깔이 없다. 정말 다 좋더라도 그 중 조금이라도 더 좋은것을 판단하는데 원칙을 세우고 그렇게 물들자.

3. 좀 더 감정에 솔직하자
항상 감정대로 행동하면 민폐를 끼치게된다. 그래서 나는 그러지 않을것이다. 아니 못할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단 조금 더 솔직해지고싶다. 순간의 감정이, 느낌이, 직감이 많은걸 바꿀 수도있지 않을까.

목표라기보단 올해의 느낀점일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우리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년 회고에도 "내년은 행복하자"보다 "내년에도 행복하자"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길바란다. 좋은사람으로서 좋은사람들과 좋은개발을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