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ed,2018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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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 Jeong Jan 01, 2018

2017ed, 2018ing

블로그에 꼬박꼬박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는데 마지막글이 작성된 날짜를보니 올해 목표중 하나는 실패인듯하다.

한국은 2018년일텐데 나는 아직 2017년이다. 레포를 원격에 올려놓지 않아서 이 글은 곧바로 업로드되지 못할테지만 어쨌든,

  • 한국의 반대편에서 조삼모사로 8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2017년이 아직도 6시간이나남은 이 시점에
  • 하루종일 돌아다녀 피곤한 몸으로, 노트북을 들고
  • 나 말고 모두 체크아웃 한, 비수기 로마의 한 호스텔의 라운지에 앉아서
  • 콜로세움의 신년맞이 행사를 기다리며

올해에 대해 회고한다.

작년 회고록을 보니 2016년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위해 한 해를 보냈던것 같다.

  1. 프로그래머가 되기위해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2. 공부하기위해 관련 행사를 많이 다니고
  3. 떨어지는 자존감을 부여잡기 위해 운동을 했었다.

마지막 즈음을보니 **이제 준비는 그만하고 해왔던걸 보여줘야하는 해가 될 수도 있다.**라고 되어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년에 꽤나 적절한 예측을 했던 것 같다. 처음으로 회사에 지원서를 써봤고(절박하지도 않았으며, 준비하지도 않았고, 그러므로 당연히 광탈했지만), 처음으로 수입이 생기기도했다. 그리고 집 도서관 집 도서관을 반복하며 지냈던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다른사람과의 네트워킹은 즐거웠고 나 자신은 내 생각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작년까지만해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인맥을만드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나는 인맥이라는 단어자체를 좋아하지 않았을뿐이지 인연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는걸 좋아한다는걸 깨달았다.

best important thing

2017년의 가장중요한 것은 내가 나에 대해 확고해 졌다는 것이다. 세상엔 너무도 대단한 사람들이 많고 공부를 하면할수록 그런 사람들이 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사람이지 못했고 좌절했다. 재능없는 열정의 비극에 너무 큰 공감을 했으며 그런 사람들 속에서 나는 자신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자신감이라기보단 자존감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의 나는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을 조금 터득했다.(레벨업?) 어떻게 보면 이루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자기방어기제일 수도 있지만 이건 매우 중요한 것중 하나이다. 학창시절에 익혔어야 했던것이었는데 나는 그게 좀 늦은것 같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내가 못하는 것, 혹은 못난것을 두고 스스로에게 so what? 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것과 할 수 없는것을 구분하고, 해야한다면, 혹은 하고 싶다면 최선을 다하는것. 다른사람과 비교를 통해 나의 행복을 찾지 않는것. 지금 있는것에 감사하는것. 현재를 즐기는것. 스스로의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닫는것.

뭐 그런것들을 터득했다. 아니 아직멀었지만 계속 터득해야해가야함을 깨달았다. 스스로가 기특하다.

2016년이 프로그래머로서 기술적으로 성장하는 해였다면 2017년은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아르바이트

작년에 시작한 강의 조교아르바이트(디버거아르바이트)는 나에게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로 인해 처음으로 수입이 생겼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를 좋게보는 사람이 생기고 그걸 통해 오퍼가 들어왔다는건 꽤나 기분좋은일이었다. 그 외에도 이 일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된 이유는 모두 수강생분들 덕분이다. 그분들은 강의가 끝날 때 나에게 그동안 잘 설명해주셔서 고맙다고 이야기하신다. 하지만 사실 정말 고마운건 나다. 내가 알고있는걸 다른사람에게 전달하는일은 스스로가 "정말 알고있는것"과 "그렇지 않은것"을 필터링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건 사람들이다. 프로그래머가 되고싶은 고등학생, 쉰이 넘으신 나이에도 배움에 목마르신 외국대학교 교수님, 본인 직업의 앞날을 걱정하는 퍼블리셔, nodejs로의 커리어 전환을 위한 자바프로그래머, 사업을 하고싶으신 세무사분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이유를 가지고 강의를 수강했다. 때로는 이런분들이 존경스러웠고, 자극받기도 했다.

강남까지 가는게 지루하긴 했지만 꽤 재밌고 유익한 아르바이트였던것같다!

여행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은 30일간의 유럽여행의 세번째날이다. 내가 번 돈으로 내가 모두 준비해서 여행을 왔다. 아마 내 2017년의 이벤트중 가장 큰부분이지 싶다. 사실 오기전에 맥북을 살지, 여행을 올지 고민을 많이했다.(맥북을 사고 그걸로 돈을 벌어서 여행을 오면…)

대학교 막학기가 끝나서 학생과 사회인의 틈새인 지금, 맥북과 여행 둘중 뭘하면 좋을지를 고민했을 땐 답이 나오지않다가, 하지 않았을때 더 아쉬운건 무엇일지를 생각해보니까 쉽게 답이나왔고, 나는 지금 첫 여행지인 로마에 있다.

이제 막 여행의 시작이고 앞으로 남은 일정동안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학생으로선 마지막인 여행을 즐겁게 보내고싶다.

2018ing

2018년 회고록에는 아마 첫 회사생활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아마 2018년은 2017년보다 더 빨리 지나갈것이다.

내년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걸 느꼈으면 좋겠다. 인생을 시계로 친다면 20대는 아마도 자정을 막 지나서 가장 눈부실 때 일것이다. 나는 지금 그 20대를 보내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든 성장한다면 다시오지 않을 20대 중반을 누구보다 찬란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겠지.

이제 슬슬 저녁먹고 나갈준비를 해야하기에 회고를 마치도록 한다.

결국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 이 글을 업로드하게되었다…